인제읍 합강미륵
인제 지역은 산이 많아 옛날부터 좋은 목재를 많이 생산하였습니다. 이 목재는 주로 강을 따라 뗏목으로 서울까지 운반하였습니다. 출발하는 곳이 지금의 합강교 근처였습니다.
옛날에 인제읍에 박명천이라는 나무 장수가 있었는데, 하루는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내가 이 강물 속에 묻혀 갑갑하기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니 나를 건져 주게나.” 꿈에서 깬 박명천은 꿈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잠수를 잘하는 친구
김성천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서 살펴봐주게.” 친구 김성천은 즉시 준비를 하여 합강 물 속에 제일 깊은 곳에 들어가 살펴보던 중 수 척이나 되는 빛나는 돌기둥을
발견하였습니다. 박명천은 사람을 불러 모아 물 속에서 돌기둥을 건져내어 미륵불을 만들고 그 옆에 조그마하게 누각을 짓고 미륵불을 세워 모셨습니다. 그
후부터 박명천과 김성천은 하는 일 잘 되어 부자로 잘 살았다는 합니다.
점봉산과 주전
인제읍 귀둔 2리와 기린면 진동 1, 2리 경계로 하고 있는 점봉산(1,424m)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조선시대 때 나라에서는 상평통보라는 엽전을 만들어
백성이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봉산(속칭 덤붕산) 깊숙한 골짜기의 바위굴에 숨어 어떤 사람이 몰래 돈(엽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깊은 산 속에 숨어서 엽전을 만들었으나 이 비밀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졌다고 합니다. 뚝딱뚝딱 망치질하는 소리가 마치 “덤붕산 돈 닷돈, 덤붕산 돈
닷돈”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듣고 노래처럼 부르게 되었고,
이 신기한 노래가 관리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어 결국 몰래 돈을 만들던 사람들은 모두 들켜 잡혀갔고, 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점봉산
근처에서 꽹가리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덤붕산 돈 닷돈” “덤붕산 돈 닷돈”하고 친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봉이 김선달 보다 더한 차소백
인제읍 귀둔리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귀둔에 차소백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차소백은 다른 사람을 잘 속였습니다. 그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는
인제서 한양까지 걸어서 오갔습니다. 그 당시는 인제에서 한양까지 가려면 보름 동안이나 걸어서 다녀야 했습니다. 차소백은 담배를 아주 많이 피웠는데
담뱃대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모두 해결을 하였습니다.
른 담배를 담뱃대에 넣어 피우는데, 차소백은 담뱃대에는 젖은 담배를 넣고 다니다가 길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말을 걸었습니다.
“담뱃불 좀 빌립시다.”
차소백은 자기 담뱃대에다 불을 붙이는 척하며 남의 담뱃대를 푹푹 빨아서 담배를 피우곤 했습니다.
담배가 젖어 있으니 불이 붙을 리가 없지만, 젖은 담배에 불을 붙인다면서 불이 안 붙는다며 남의 담뱃대를 빨아서 해결한 것입니다. 이런 차소백의 행동은
소문이 나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한양에서 사람들을 속였는지 사람들은 차소백 만나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 당시 강원도에서 서울을 오갈 때는 망우리재를 넘어야 했습니다. 망우리재에는 돌서낭옛날 마을에서 수호신으로 믿는 마을의 신, 성황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은 지나면서 바닥에 있는 돌을 들어서 그
서낭에 던지면서 소원을 빌곤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서울에서 강원도로 올 때 가장 많이 비는 소원이 있었습니다.
“시골 내려가서 차소백을 안 만나게 해주십시오."
차소백을 만나면 뭐든 속고 말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차소백이 평창 대화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장이 서면 며칠씩 아주 크게 섰습니다. 장에는 별의별 장사꾼이 다 왔고, 사기꾼들도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차소백은 장에서 사기꾼이 화투장을 섞어 놓고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 것이었습니다.
차소백은 그런 사기꾼을 혼내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한참을 생각하다 좋은 수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새끼손가락의 손톱이 긴 것을 이용하기로 하고 얼른
숙소로 들어가서 기다란 손톱을 바늘처럼 가느다렇게 갈았습니다. 준비를 끝낸 차소백은 다시 사기꾼에게로 가서 모르는 척하고 물었습니다.
“이거는 어떻게 하는 거요?"
그러자 사기꾼은 같은 걸 찾으면 건 돈에 세 배를 준다며 게임에 참여하도록 꼬셨습니다. 그러자 차소백은 얼른 날카롭게 간 손톱으로 화투장을 가리키는
척하며 말했습니다.
“이거 말입니까?"
화투장 뒤에 손톱으로 콕 찍어서 차소백만 알아볼 수 있게 표시를 해둔 것입니다.
그러고는 순진한 척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사기꾼들이 패를 막 섞은 후
맞춰 보라고 하자 차소백은 이미 표시를 해 두었으므로 한참 고르는 척하다가 자신이 표시를 해둔 화투장을 들었습니다. 차소백이 정확이 맞추자 사기꾼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다시 한판 더 하라고 하였습니다.
“아이 이게 실수로 맞은가 보네"
차소백은 또 돈을 걸고 더 하였습니다. 그런데 또 맞은 것이었다. 그러자 차소백은 좋아하며 말했습니다.
“아, 내가 실수로 또 맞췄네”
사기꾼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계속해서 게임을 하였고, 그렇게 몇 번을 하고 나니 사기꾼은 가진 돈을 몽땅 잃고 말았습니다. 이미 차소백이 표시를 해
두었으니, 아무리 사기꾼인들 차소백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사기꾼이 돈을 다 잃고는 얼굴 색이 변하며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주변에 있는 패거리를 모아서 차소백을 어떻게 할 요량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알아차린 차소백은 그 사기꾼을 향해 한마디 했습니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 시골에 산다는 차소백이라고 들어봤냐? 내가 바로 차소백이야. 감히 누굴 속이려고 그래. 이놈들아"
이 말에 사기꾼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차소백은 천하의 속임수를 쓰는 사기꾼을 속여먹기도 했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아먹었지만 차소백은 속이기에 달인인 사기꾼을 속인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돌서낭에 돌을 던져 소원을 빌면서 ‘차소백을 안 만나게
해주세요.’ 라고 했을까요?